네토라레

마리나는 일전에 어느 귀족가의 집에서 애완동물로 네토라레 사자를 본
적이 있었다. 우리 안에 가두어 넣고 끼니 때마다 먹이를 주니 야성도 사
라졌는지 게으른 하품만 늘어놓던 사자였지만 한가지면에서 마리나는 진심
으로 감탄했었다. 그건 바로 사자의 움직임이었다. 그 거대한 몸집이 한
번 몸을 일으켜 움직이기 시작하자 뜻밖에도 너무나 가볍고 부드러웠던 것
이다. 고양이과 육식 동물 특유의 그 움직임에 무인인 마리나는 경외심마
저 느끼며 한동안 우리 앞을 떠나지 못했었다.

준의 오른발이 땅을 밟자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.
준은 그런 소리로 모두를 경악시키며 주먹을 꽉 쥔 왼팔을 힘차게 휘둘렀
다. 파리를 쫓는 것 같은 그 동작은 이번에도 우스꽝스러운 것이었지만 이
번 역시 아무도 웃지 않았다. 당하는 아폴로 역시 웃는 대신 조금전 삼킨
헛바람을 왈칵 토해내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.

준은 처음으로 신음을 내질렀다. 그 큰 몸이 비틀거리며 네토라레 물러섰다.
그러나 아폴로는 다음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다. 대신 왼손으로 오른쪽 어
깨를 감싸쥐며 비명 질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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